[드라마] 인간실격

2021. 10. 29. 17:44카테고리 없음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레이션을 들을 때면,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기며 읽고 있는 듯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네, 얼마 전에 끝난 전도연 배우와 류준열 배우가 주연으로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어버린 여자 - 부정과,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만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남자 - 강재,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간실격'입니다.

 

채널 수가 늘어나면서 많은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지만, 계속해서 찾아 만나고 싶은 드라마는 그렇게 없었습니다. 요즘은 어둡고 생각해야 하는 드라마보다는 사이다 감성이 들어간 것들이 더 인기가 많다던데, 인간실격도 시청률면에서 생각보다 떨어진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기 때문에 팬덤층은 더 두터워지지 않을까요.

 

극 중에서 부정이 했었던 말 중에, 무엇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고 혼잣말을 했던 대사를 계속해서 곱씹어 보았습니다. 계획하고 준비해서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삶이라는 참 좋겠지만, 꼭 반대로 가는 듯 한 삶도 있고, 다 준비해서 될 듯 하면서도 이루어지지 못했던 시간을 지나야 만 하는 것이 인생이니, 결국은 무엇이든 되고 싶어서 노심초사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역들에 맞춰서 연기들을 너무 잘 해 주셔서, 내 곁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부정과 강재가 자주 되뇌었던, 무엇이 되기 위함에 대한 답은 부정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부정이 했던 대사에서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제게 세상에 태어나 무엇이 되는 것 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내내 눈으로 몸으로 삶으로 이야기해 왔었다는 걸 아주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어요.


결과보다는 과정, 그것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걸어 나가는 우직한 끊임없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제게는 전해졌습니다. 드라마가 끝이 났지만, 한동안은 특히 별을 볼 때면 부정과 강재가 아니 그들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의 시간이 오늘도 무심하지만 간절함으로 시작하고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