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4. 21:51ㆍ카테고리 없음
여러분은 이메일을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바로바로 비우고 정리하고, 폴더별로 읽은 것들을 옮겨 두어 찾아야 할 내용들이 있다면 빨리 찾도록 해 두시나요?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그렇게 잘해 두었는데, 개인 이메일은 사실 그렇게까지 정리를 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시간을 만들어두고, 날을 잡아서 정리를 하곤 합니다. 오랫동안 계속 사용한 메일들을 읽다 보면, 내가 주인공이 된 신문기사를 읽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가 보내었던 이메일을 찾다가, 정리가 되어 있지 않는 inbox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정하고 시작한 일도 아니었지만, 시작하다 보니 그만둘 수 없어서 계속했습니다. 거의 10여 년 전의 이메일에 참고자료라고 웹사이트 주소가 있어서 결국 클릭해 보았습니다.
Sebastian Mariscal Studio
건축가의 Virtual Space 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도무지 어떤 공간에 매료되어 참고자료라고 제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었을까요?
10여 년이 지난 업데이트된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왜 좋아했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건축이라는 공간이 갑자기 변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아마도 그의 동양적인 선과 빛과 그림자 속에서 오랜 시간을 거닐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도시를 떠나 집을 짓고 사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그에 관련된 기사나 책이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보이는 엘레멘트들이 이 건축가의 것에서도 보입니다.
며칠 전,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나무로 된 건축을 짓는 것이 좋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것을 떠나서도, 나무로 된 공간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왠지모를 편안함과 여유를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나무가 생전에 평생을 다해 간직하고 있었던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천천히, 그 만의 걸음걸이 속도로, 다른 나무들 아니 근처의 다른 생물과 무생물의 움직임과 비교하지 않고, 또 이웃에 있는 나무들을 배려하면서 자라온 시간은 여유롭고, 자연스러우며, 속단하고, 어두워지지 않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낸 나무들이 모여 다시 만들어 낸 공간 안에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무의 기억을 느낄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무와 정반대 되는 물성을 가진 재료들이 함께 섞이고, 자연이 던져주는 하루의 선물을 안아주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반사해 주기도 하면서 매일의 만남을 주고 받는 시점의 장소를 담아내는 사진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집니다. 여기 몇 가지 그의 손으로 빗어 낸 공간의 선들이 있습니다. X와 Y축으로 된 2면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Z 축까지 쭉 뻗어 3면체의 안에서의 흐름도 느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Sebastian Mariscal Studio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