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3. 15:05ㆍ카테고리 없음
오늘은 추분입니다.
추분(秋分)은 24절기의 16번째로 태양 황경이 180도가 되는 때를 말한다. 양력으로는 9월 23일경에 든다.
춘분과 추분을 흔히 이분(二分)이라고 총칭하는데, 하지 이후 낮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져 추분이 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추분 이후부터 차츰 밤이 길어져 바야흐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해 보이는 추석은 음력이 기준점이 되지만, 추분은 태양력으로 정해진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
낮과 밤의 길이가 너도 나도 과하지 않고 딱 반반으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날 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아니 바로 이 순간에도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게 되겠지요.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음력 기준점으로 보아도, 양력의 기준점으로 보아도 이젠 바야흐로 가을이 우리 앞으로 공식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오전에 열어 놓은 창을 통해서 마주한 바람은 확실히 여름의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채울 수 없는 신선하고 시원함이 있었습니다. 참 좋은 계절이라고, 사색을 할 수 있는 계절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합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준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태풍도 장마도 지나갔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옷장을 정리하고 세탁하고, 적절히 관리해서 상하지 않도록 담아 두어야 겠지요. 물론 신발을 포함한 액세서리까지도.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가을을 위한 책들을 정리해 놓을까요. 읽을 책들을 정리해 두고, 음악도 정리를 해 두면 어떨까 합니다. 이것도 시간이 많이 드니, 조금씩 준비를 해 두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여름에 말려 두었던 여러 가지 것들을, 작년에 말려 놓았던 것들을 정리해서 예쁜 컨테이너에 넣어 두고 이름표를 붙여 두어야겠습니다. 술에 열심히 아닌 저와 같은 사람은 티(Tea)에는 정말이지 진심이고 싶습니다. 향수를 레이어링 해서 입고 나가는 사람들처럼, 저는 티를 레이어링 해서 마십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티들을 레시피로 해서, 시원하게 마실 것들, 따뜻하게, 또는 우유나 두유에 어울리는 것들, 조금은 달달하게 만들어서 먹으면 좋은 것들과 아닌 것들을 만들어서 나누어 둡니다.
손편지를 써서 카드를 만들고 손편지를 써서, 예쁜 리본을 묶어서 선물로 줄 때. 그때가 참 행복한 시간을 떨어져 있어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처럼, 땡톡으로 세계 어디에 있어도 연락하고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그립고 마음이 허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레트로 감성이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손편지, 손으로 쓴 카드들을 위해서 여기저기 다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사 모으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곳에서 멀어지면, 꿈을 꾸다 일어나면 도무지 어디에서 일어나고 눈을 뜨는지 살짝 살짝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 버릇이 언젠가는 없어지겠지만, 그런 느낌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있는 자리를 알게 됩니다. 추분이 될 수 없는 자리와 시간에 있는 것이지요. 중심을 잘 잡고 설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동그란 달이 환하게 어둠을 밝혀주는 모습, 추석날 늦은 밤의 달을 보면서 얼마 전의 인스피레이션4의 사진들과 기사들이 지나갔습니다. 내년엔 달을 향해서 적어도 2건의 우주 향해가 있을 거라는데, 달은 알고 있는지. 달의 북극에 (기억이 맞다면, 남극은 아닌 걷던 것 같습니다.) 1미터 아래 정도, 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본다고 합니다. 또 다른 미션은 무엇이었는지 정확하지가 않네요.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 두드리고 문을 열고 가서 만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 것을 직접 두드리고 문을 열고 나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 어떤 문을 열어봐야 작은 미소라도 뛸 수 있을지. 작은 설렘을 가질 수 있을지. 만월이에게 물어본다면 그녀도 어이없이 쳐다보겠죠? 네 마음을 내가 어찌 알까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 정도라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밤에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들어만 준다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답을 알 수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오늘은 그런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추분을 맞아서 토닥거리는 생각들. 우리들의 삶이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작은 주춧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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